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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rope, 2010/North Europe, 2013

BERGEN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뻐근했다. 이렇게 꿀렁꿀렁거리는 매트리스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는데 남편 쪽 침대는 더 상태가 안 좋았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한 숙소인데 이런 반전이.. 씻으려고 공용 욕실에 가봤는데 오늘 아침부터 단수가 된다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간단히 후다닥 씻고 아침을 먹었다.

밖에 나가니 비가 왔다. 베르겐은 멕시코 만류의 영향으로 연평균 275일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래도 고장 난 플랫슈즈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으니 날아갈 것 같았다.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12세기에서 13세기까지는 노르웨이의 수도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건물도 번듯하고 인구도 많아 보이고 도시가 활기를 띄었다. 

 

 

 

 

브뤼겐은 오래된 삼각지붕의 목조건물들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어떻게 이런 오래된 건물들이 남아있을 수 있을까 신기하다. (화재로 불타서 복원하긴 했다고 한다.) 여기 불나면 정말 큰일 나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브뤼겐의 오래된 건물들에는 가게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아트샵이나 디자인샵이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구석에 있는 갤러리였다. 우리가 관광객이고 원화를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갤러리에 있던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작품과 작가를 이해하고 있고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세상에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할아버지가 그 작가에 대해 그런 태도를 보여주시는 것이 희망처럼도 느껴졌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어딘가에서 내 그림을 좋아하고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나의 필름 카메라가 고장 나고 만다. 아직 여행 초반이었는데.. 필름도 15개 넘게 가져왔는데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남편과 한국 돌아갈 때까지 사고 나지 않게 몸조심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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